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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투게더 - 왕가위









홍콩에서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 이구아수 폭포를 보기 위해 보영과 아휘가 지도를 찾아가며 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 별것도 아닌 일로 둘은 심하게 싸우고 헤어진다. 홍콩으로 돌아갈 돈이 없는 아휘는 탱고 바에서 호객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보영은 아휘가 일하는 탱고 바에 외국인 남자와 다정한 모습으로 들리곤 한다. 그런 와중에도 보영은 때때로 아휘를 찾아온다. 보고 싶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그런 때. 미련하게도 아휘는 그런 보영을 밀어내지 못한다. 다시 찾아온 보영에게 언제나처럼 안락하진 않아도 포근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자신이 필요할 때만 찾아오고 신세지는 주제에도 큰소리치는가 하면 배려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으며 또 어느 날 훌쩍 떠나가 버리는 보영은 좋아할 수 없는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장국영이 연기하는 보영은 알 수 없는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장국영은 보영을 연기할 때 어떻게 하면 밉살스럽지 않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아휘는 든든한 나무 같은 사람이다. 사랑의 표현은 서툴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생계를 책임지고 일하는 틈틈이 전화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픈 보영이 다 나으면 떠날 것이 두려워 낫지 않기를 바라며 늦은 밤 담배 사러 나가는 모습이 싫어 담배를 산더미처럼 사서 쌓아놓는 그런 사람이다.




 

보영에게 아휘의 사랑 방식은 숨 막히는 구속이고, 아휘에게 보영의 방식은 방종이다. 사실 둘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는지 모른다. 잠깐 비치는 봄 햇살. 해피투게더의 다른 이름인 춘광사설의 뜻처럼 둘은 서로에게 잠깐 비치는 봄 햇살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잡으려 애를 써도 봄 햇살을 붙잡아 둘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봄은 다시 또 돌아 온다. 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은 자유롭다고 했던가. 보영이 돌아갈 곳은 아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