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 그 책의 존재를 인지하고 심지어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는 것은 분명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에 익숙한 세대. 초 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 그 가운데에서 간택되기 위해선 첫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적어도 나에겐 상당히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주었다. 어떤 사람이 죽여 마땅한 사람인가? 세상에 죽여 마땅한 사람이 있다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또 누가 죽일 것인가? 제목만으로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목차도, 서문도 읽어보지 않고 심지어 장르도 보지 않고 충동적으로 구매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미성년자를 성폭행 하려한 사람, 여자 친구를 속이며 양다리를 걸친 남자, 외도한 남자를 이용해 남편을 죽여 재산을 차지하려는 여자. 모두 죽여 마땅한 사람들일까? 주인공 릴리의 관점에서 이들은 모두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에 거부감은 없다.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죽인 시체들을 유기할 절대 들키지 않을 장소도 알고 있다. 철저히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이야기는 릴리와 테드 그리고 테드의 외도한 부인 미란다의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각자의 의도가 맞물리면서 스릴러 장르가 줄 수 있는 긴장감과 흡입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한가한 주말에 조금은 소란스러운 카페에서 좋아하는 커피와 함께 가볍게 읽을 책을 찾고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덤으로 세상에 과연 죽여 마땅한 사람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해서 사형제도의 유지와 폐지 사이의 논란이 떠오른다. 특정 범죄에 대해서 국가의 공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생명을 빼앗는데 그 정당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당성을 사회적 합의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 사회적 합의는 정의에 부합하는 것일까? 과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의 실수는 없었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사형 후 혐의가 없음이 밝혀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죽여 마땅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인간 내면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시스템적으로 답해야할 문제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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