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접어들면서 날이 많이 추워졌다. 옷깃을 여며도 품으로 기어이 파고드는 한기는 몸을 잔뜩 움크리게 만든다. 코 끝은 찡하고 눈물은 핑돌고 때로는 콧물도 줄줄 흐른다. 건조해 쩍하고 갈라진 두 손을 주머니 속에서 뺄 생각도 못하고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만 재촉할 뿐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런 추위보다 나를 움크리게,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건 누군가의 한마디 말일 때가 더 많다. 내가 요즘들어 '말(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생활 초짜 딱지를 떼지 못한사회초년생에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 속 계절을 바뀌어 버렸으니 말이란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된 덕이다.
말의 품격은 말과 관련된 이기주 작가의 에세이 집이다. 키워드를 통한 이야기전개와 작가의 박식한 배경지식이 어우러져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기억에 남는 키워드를 가지고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며
삶의 후회는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가 귀하다 여기는 것들은 대부분 희소하다. 말에도 이와 같은 경제논리가 작용한다. 말이 많은 사람의 말보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배치할 줄 아는 사람의 말에 우리는 더 귀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내 경험상 말하고 싶은 욕망을 이겨내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더라. 몇번을 다짐하고 다짐해도 어느덧 듣기 보다 떠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리곤 "그 말은 하지 않아도 될걸.." 하는 후회를 한다. 삶의 지혜가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된다면 삶의 많은 후회는 말하는 데서 비롯되는 듯하다.
둔감력
나는 적어도 업무에 있어서는 예민한 성격이다. 상급자나 동료로부터 업무에 대한 자그마한 지적이나 훈계를 받기라도하면 수치심이 들고 싫은 소리를 들을 때면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그러다보니 업무중에 날카로워진 나를 발견하고는 무언가 문제라는 생각이들곤 했다. 문제의 답은 둔감력에 있었다. 조금 더 내 자신을 믿고 실수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내 입이서 쏟아지는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말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무실역행(務實力行)
무실역행이란 공리공론을 배척하며 일을 실속 있도록 실행함을 뜻하는 말로 간단히 성실이라 이야기할 수 있겠다. 우리는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성실히 힘써 시행하려는 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말의 품격도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을 한번 더 되세기고 한번 더 다짐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그 사람 말의 품격이 그 사람의 품격을 대변한다. 잊지 말고 새해부터 말의 품격을 높이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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